요즘 국내 증권사들은 고민이 많다. 수익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증시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수수료 인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객 자산관리·투자은행 업무 등 다른 곳에서 수익을 많이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요즘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증시 침체가 오래 지속되면 문을 닫는 증권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점차 금융기관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더 이상 수수료만 먹고 생존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시황에 목매는 증권산업=삼성·현대·대우 등 대형 증권사들은 그나마 전체 영업수익(매출)에서 수탁 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메릴린치·골드먼삭스 등 외국 증권사들의 20∼30%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나머지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은 60∼70%나 된다.
<그래픽 참조>그래픽>
히 수수료가 일반 수수료의 20∼30% 수준인 온라인거래 비중의 증가도 증권사의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0월 말 현재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은 약 65%다. 온라인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이 늘어나도 실제 증권사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9월 20개 상장 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9.8%, 44.2% 감소했다.
<표 참조>표>
현투증권 한익희 연구원은 수수료 할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4월 말 이후 주가 하락으로 생긴 유가증권 투자 손실도 증권사 수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증권업계의 거래수수료 낮추기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대회 개최·은행제휴 기념·사은행사 연장 등 온갖 명목 아래 주식·선물·옵션 매매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당장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수수료 외에 고객을 유치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수료 면제 행사를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특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슷비슷한 증권사들이 난립해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국내 자본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60여개사는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증권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었다. 1997년 12월 말 36개였던 국내 증권사는 43개로 불어났다. 점포 수도 같은 기간 1천2백60개에서 1천6백여개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M&A 움직임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대우증권 등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아직껏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 간의 합병도 없다.
메리츠증권 윤두영 이사는 여전히 1년 벌어서 3∼4년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증권사 경영진이 많다며 대주주들이 본인 지분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증권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종 투자는=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해 보이는 경기로 인해 증시상황이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증권주들을 사들일 때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투증권의 한 연구원은 증권주가 오르려면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며 증권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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