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슈뢰더 총리 빗댄 농담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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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독일 총리공관 앞에서 한 연금생활자가 넘어졌다. 지나가던 슈뢰더가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도와드린 대가로 다음에도 나를 찍어 주시오.' 그러자 그 연금생활자가 대답했다.'난 등을 다쳤어요.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독일인들 사이에 '슈뢰더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두 달도 안돼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등 선거 공약을 깨자 분노한 유권자들이 조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공중전화와 슈뢰더 정부의 차이점은? 공중전화는 먼저 돈을 지불하고 (번호를) 선택한다는 점이지."-총리로 뽑아주기가 무섭게 세금 등 각종 공과금을 인상하자 이를 비판한 내용이다.

과거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빗댄 '콜 농담 시리즈'에 슈뢰더 총리를 대입한 뉴 버전도 있다. "도리스(슈뢰더 총리의 부인)가 말했다. '게르트, 당신을 사랑해요. 자기도 나 사랑해?''물론이지, 당신도 사랑해.'"-슈뢰더가 네 번씩이나 결혼한 것을 빗댄 농담이다.

슈뢰더 총리가 독일 역사상 가장 작은 정부를 구성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슈뢰더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옐친이 말했다. '내 경호원이 12명인데 그 중 한 놈이 날 죽이려고 해. 그런데 어느 놈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클린턴이 받았다. '내 사무실엔 여성 견습생이 12명인데 그 중 하나가 에이즈에 걸렸다네. 그런데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네.'듣고 있던 슈뢰더 왈, '난 장관이 12명이라네. 그 중 딱 하나가 능력이 있는데 그게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정치인들이 광우병(BSE) 검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광우병 검사를 하려면 골과 척추가 필요하니까."-정치인들은 머리도 줏대도 없다는 뜻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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