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되기 거부하는 미국 젊은이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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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정착된 직장 없이 떠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미국에 급증하고 있다. '트윅스터(twixter:이도 저도 아닌, 사이에 낀 자)'세대란 호칭도 생겼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24일자는 트윅스터들의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 어른을 거부하는 피터팬들=시카고에 사는 24~28세 젊은이 엘런.미셸.네이선.코린.마커스.제니는 1주일에 3일은 집 밖에서 밤을 새우며 보낸다. 다들 대학을 졸업한 지 수년 만에 일자리를 적어도 예닐곱번씩 바꿨다.

엘런의 경우 1996년 이래 9년간 거친 일자리가 17곳이다. 모두 미혼이다. 집을 살 생각도 하지 않고 월세 아파트를 밥 먹듯 옮기며 산다. 옷차림과 말투는 10대 때와 똑같다.

30년 전인 75년 미국 여성은 평균 21세에 결혼했고 다음해 첫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엘런 같은 이들 때문에 여성의 초혼 연령이 25세로 늦춰졌다. 또 75년 당시 부모와 함께 사는 26세 청년은 11%에 불과했다. 지금은 근 두 배인 20%다.

타임은 "18~25세 및 그 이상 연령대에서 취업.결혼을 거부하고 청소년도 성인도 아닌 제3지대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이들은 '이도 저도 아니고'(betwixt) '사이에 낀'(between) 세대란 점에서 '트윅스터'"라고 전했다.

◆ 취업난도 한몫=조지아대에서 6년반 만에 학부(인지과학)를 졸업한 매트 스완(28)은 식당 웨이터로 일하고 있다. 부담없이 일하면서 형편이 되면 경영대학원에 지원한다는 생각이다.

스완 같은 늦깎이 대졸자가 늘어나는 현상에서도 트윅스터의 존재가 확인된다. 2004년 현재 졸업적령인 21세에 졸업하는 미국인은 32%뿐이다. 4년제 대학만 졸업해선 취업이 어렵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전공을 추가하거나 대학원을 준비한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빚만 늘게 된다. 결국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트윅스터가 된다는 것이다.

◆ 논란=심리학자 제프리 아닛(메릴랜드대)은 "트윅스터들은 과거 미국의 풍요와 자유의 수혜를 받는 세대"라며 "이들이'무책임의 즐거움'을 누리며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기를 갖는 것은 인생 전체적 관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웨스턴 온타리오대의 사회학자 제임스 코티는 "트윅스터가 출현한 배경은 70년대 말~80년대 초 미국의 청년고용시장이 붕괴하면서"라며 "대졸자들이 당시 노동자 수준의 지위로 격하된 현실에서 젊은이들은 성인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럴 여유가 없어 트윅스터가 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트윅스터(twixter) 세대는

.이도 저도 아닌(betwixt), 사이에 낀(between) 세대

.연령 18~29세 .취업.결혼 싫어

.청소년도 성인도 아닌 제3지대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자

.직장 자주 이동 .부모와 동거 선호

.대학 졸업은 가능한 한 늦게 -대학 졸업해도 사회생활은 늦춰

(자료: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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