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협상 " "날짜·기관만 조정" 양측 협상단 서로 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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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협상 요구, 협상단 사퇴, 그리고 상호 반박까지. 18일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 단일화 협상단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측 협상단이 후보 단일화의 세부 원칙에 완전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8일 오전, 국민통합21 측은 "민주당 측이 비공개키로 한 여론조사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며 협상 무효를 선언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저녁 무렵엔 협상단마저 전원 사퇴하는 강수를 내놨고, 이에 민주당측은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사태는 이날 이철·이해찬 양측 협상단장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만나면서 더욱 꼬였다. 이철 단장은 "오전에 이해찬 단장과 만나 '문제가 심각하다. 협상안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으나, 이해찬 단장은 "이철 단장이 여론조사 기관과 조사 날짜만 재조정하자고 했을 뿐 다른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두 사람이 만난 뒤 이해찬 단장은 민주당에 돌아가 "오해도 말끔히 해소됐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철 단장은 통합21 기자실을 찾아 "1대1로, 그것도 비공개로 재협상하기로 동의해 놓고 무슨 딴 소리냐"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한두번 접촉한 뒤엔 전화도 받지 않더라"(李哲)→"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를 보여줄 수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 최소한 열번은 접촉했다"(李海瓚)→"빨리 만나서 의논하자고 하니까 계속 바쁘다고만 하더라(李哲)"→"조사 시기와 기관 등은 재검토할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갑자기 사퇴한다니, 태도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李海瓚)→"바로 옆에서 기자들이 통화 내용을 들었는데 무슨 얘기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李哲)는 등 밤 늦게까지 설전을 주고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5개 언론사 여론조사 중 네 곳에서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합21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날 저녁 일부 조간신문 가판(街版)에 '샘플수 1천8백명, 여론조사 기관 3곳, 조사기관은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등의 합의내용이 보도되자 곧장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오후 10시 무렵 김행(金杏)대변인과 김민석(金民錫)선대위 총본부장 등이 이철 단장 자택을 찾아가 심야 대책회의를 했다. 이때만 해도 李단장이 민주당 이해찬 단장에게 전화해 강력히 항의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18일 아침 조간신문에 비공개키로 했던 합의내용이 자세히 보도되면서 분위기는 심각해 졌다. 협상단 일원인 오철호(吳哲鎬)특보는 "협상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 날짜와 설문내용이었는데, 다른 사안은 정확하게 보도되면서 이것만 민주당에 유리하게 보도된 것을 보면 민주당이 고의로 흘린 게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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