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의혹’ 김종남 특검보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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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의 김종남(55·변호사) 특검보가 12일 사퇴했다. 검사 재직 시절 향응 문제로 감찰 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퇴했다는 점에서 향후 특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 특검보는 이날 오후 “김 특검보가 완강하게 사의를 밝혔고 현재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민경식 특검이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오전에는 “김 특검보가 ‘특검팀 전체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민 특검이 이를 만류했다”고 설명했었다. 민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김 특검보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청한 뒤 법조 경력 7년 이상의 변호사 가운데 후임 특검보 후보자 임명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김 특검보는 2000년 부산지검 근무 시절 업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투서가 들어와 검찰 내부 감찰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감찰 조사를 받고 부산고검으로 전보 조치된 뒤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특검보는 “(업자와) 여러 차례 식사를 같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가족끼리 가까운 사이”라며 “그쪽이 일방적으로 산 것은 아니어서 접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민 특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 수사는 한정된 기간에 하는 것인데 (수사) 방해 의도가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에 특검보가 과거의 향응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수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신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검 진행 중 특검보가 사퇴한 경우는 2004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때 한 특검보가 파견 검사와의 갈등을 이유로 사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한편 특검은 안병희 특검보를 포함한 7명의 수사진을 13일 부산으로 내려보내 검사 향응접대 의혹을 폭로한 정모(52)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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