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축구선수 맨유 유니폼 입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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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생 역전-. 노숙자 출신의 축구선수가 ‘꿈의 구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성했다.

맨유는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포르투갈 리그 비토리아 기마랑스 공격수 티아구 마누엘 디아스 코에이라(일명 베베·20·사진)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수 외신은 바이아웃(일정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해 원 소속팀의 동의 없이 선수를 영입하는 것) 금액인 740만 파운드(약 138억원)일 것으로 전했다. 베베는 풀럼의 크리스 스몰링(21),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2)에 이어 올여름 맨유가 영입한 세 번째 선수다.

1990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인근 아구알바에서 태어난 베베는 어린 시절 고아가 된 뒤 고아원과 길거리를 전전하며 부랑자 생활을 했다. 그런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노숙자 월드컵대회였다. 이 대회는 축구를 통해 노숙자에게 희망을 찾아준다는 취지로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창설됐다. 4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전·후반 7분씩 길거리 축구장에서 풋살 형태로 경기를 한다.

포르투갈을 대표해 노숙자 월드컵에 출전한 베베는 좋은 활약을 보인 덕분에 대회 후 자국 3부 리그 팀인 에스트렐라 아마도라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기량이 더욱 좋아진 그는 올해 6월 포르투갈 1부 리그 비토리아에 영입되는 행운을 누렸다.

비토리아에 입단한 베베는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열린 친선경기에서 벤피카(포르투갈), 그로닝겐(네덜란드) 등 유럽 유수의 팀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큰 키(1m90㎝)에 중앙과 측면 모두 뛸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인 베베는 맨유 수석코치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곧장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베베를 추천했고 퍼거슨 감독은 잠재력을 인정하고 그를 영입했다.

김민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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