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동물의 비밀 2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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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한국동물학회는 홈페이지(www.zsk.or.kr)의 '최근 연구소식'난에 동물의 생태와 관련해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구결과들을 올려놓고 있다. 이중 두 개를 소개한다.

◇가짜 계급장 달면 힘솟는 참새=수컷 참새의 가슴에는 검은 털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나 있다. 이 털은 일종의 계급장 역할을 한다. 무리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역삼각형이 크다. 수컷끼리 싸울 때 보면 어김없이 계급장이 큰 놈이 이긴다.

최근 프랑스·스페인·미국 공동 연구팀은 참새에게 가짜 계급장을 달아주고 행동을 관찰했다. 역삼각형 무늬가 작은 몇마리를 잡아 계급장을 훨씬 크게 그려줬던 것.

가짜 계급장을 달고 무리에 섞인 참새 수컷들은 이내 다른 수컷과 싸움을 했다. 그런데 가짜들이 실제로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참새들에게 거의 다 이겼다. 가짜 계급장에 상대방이 주눅이 들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결과다. 이들의 연구는 『사회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그러나 이처럼 가짜 계급장이 위력을 발휘한다면, 왜 자연적으로 검은 가슴털을 늘려 계급장을 부풀리려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아직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허파가 귀 역할하는 도마뱀=도마뱀은 소리 신호를 전달해주는 청각 기관은 있으나, 귓구멍이 없어 어디로 소리를 듣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단지 소리 때문에 두개골이 울리고, 그것이 청각 기관으로 전달된다고 짐작했을 뿐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토머스 히서링튼(생물학과)교수는 도마뱀을 상자 안에 집어넣고 여러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며 도마뱀 몸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떨리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청각 기관 근처의 머리부분은 거의 떨림이 없었는데, 허파가 있는 가슴은 소리에 따라 진동했다. 또한 허파의 떨림은 몸 속에 공기의 진동을 만들어 이것이 청각기관에 전달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히서링튼 교수는 허파에 산소 처리된 특수 용액을 채워 넣었다. 정상적으로 허파가 호흡은 하지만, 외부의 음파에 맞춰 진동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소리가 나도 도마뱀은 잘 못 듣는 듯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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