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수출 중단” 먼저 손 든 도요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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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정부가 이란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자동차가 대(對)이란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란과의 사업거래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 정부는 추가 제재조치로 ▶이란과의 금융거래 감시강화 ▶자산동결 대상 기업의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등 관계부처의 논의를 통해 이달 말까지 제재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그간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배려해야 한다고 판단해 독자제재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셋째로 많은 석유를 일본에 공급하는 나라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월 핵 프로그램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뒤 국제사회의 압박강도가 높아지면서 일 정부도 독자적인 제재방안을 검토하는 쪽으로 돌아서게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독자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전담조정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일 정부에 조속한 대이란 제재를 촉구했다. 일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자리에서 8월 말까지 독자적인 제재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란의 유전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일본이 제재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대이란 수출을 계속할 경우 최대 시장인 미국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수출을 중단했다. 수출재개 일정은 잡지 않고 있다. 도요타는 이란에 4륜구동 차량인 랜드크루저 등을 2008년에 4000대, 2009년에는 250대, 올해는 5월 말까지 230대를 수출했다.

도요타에 북미지역은 일본을 능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국의 제재법에 저촉된다고 판단될 경우 외국 기업이라도 미국 시장에서 각종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신문은 “도요타의 경우 미 제재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미 정부가 이란과의 사업을 계속하는 외국 기업에 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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