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외로 빠져나간 17조원 국내서 썼더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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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유학과 연수, 골프 등 관광, 그리고 의료서비스 등으로 해외로 흘러나간 돈이 17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재외동포의 재산반출이나 개인의 증여성 송금 또는 환치기 등을 통한 불법 유출까지 합치면 국부의 해외유출은 훨씬 많을 것이다. 17조원이면 국내총생산을 1.8%포인트 높일 수 있다니,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절반, 아니 5분의 1이라도 국내에서 사용된다면 내수나 경기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유학이나 연수, 관광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너무 심하다. 공교육 붕괴로 상징되는 낙후한 교육서비스로 인해 너도나도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지난해 해외 연수.유학에 7조원 이상 쓰였다. 이는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골프의 경우 연 23만여명이 해외에서 50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게 뻔하다. 이대로 두면 내수 회복을 통한 경기 회생은 요원해진다.

수출로 애써 번 돈이 해외에서 낭비되지 않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금의 불법 유출 단속을 강화하고 부자들을 안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 해결책은 외국 안 가고 국내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교육,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외국보다 비싸지 않게 골프와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해집단의 반발로 주춤해 있는 교육.의료.레저 분야의 개방 확대를 서둘러 국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는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두 배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설에는 제발 국내에서 돈 좀 써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에 대한 호소만으로 해외관광이나 유학을 막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경쟁력을 갖추는 것, 그것만이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 산업과 경제를 살리는 근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