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원 후원회 '정치 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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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의 후원회가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후원회'대신 '가을 콘서트'란 이름을 붙인 이날 행사엔 동교동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 40여명 등 5백여명이 참석했다.

과거 金의원의 후원회 때는 봉투를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몰려드는 차량 행렬로 행사장 주변의 교통이 마비되곤 했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金의원과 동교동계 의원들은 이날 정권 말기의 허전한 심경을 토로했다.

金의원은 인사말에서 "대통령 아들이라는 현실과 정치인이라는 의무 사이에서 한번도 자유로울 수 없었고, 때로는 사회 일각의 부당한 비난을 받았고, 주위의 기대가 너무 힘겨워 피하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인 윤혜라씨는 여러 차례 눈물을 글썽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축사에서 "한때 우리를 만나려 애쓰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정치 무상을 느낀다"며 "이젠 대통령 아들이 아닌 정치인 김홍일 의원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후원회장인 이해동(李海東)목사는 "金의원은 남다른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조심스럽게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金의원이 회장을 지낸 연청(聯靑) 회원 등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요즘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냐""민주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며 걱정스러운 인사말을 나눴다.

金의원의 한 측근은 "동생이 두명씩이나 구속돼 있는 상황이어서 후원회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몇몇 지인들이 의기소침해 있는 金의원에게 후원회를 하자고 적극 권유해 행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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