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더 떨어진 '이해찬 2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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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일 실시된 2003학년도 대학 수능시험 표본채점 결과 입시기관들의 예상과는 달리 평균점이 지난해보다 약간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점이 전년보다 66점이나 떨어져 '불 수능'으로 불린 지난해 수능에서 빚어진 '널뛰기 난이도' 시비까지는 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논리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길러주도록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았다.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 평균점이 지난해에 비해 인문계는 2.1점, 자연계는 3점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기관들이 평균 10∼15점 올라갈 것으로 봤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재수생에 비해 재학생의 성적 부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해보다 약간 쉽게 출제했다고 밝힌 출제위원회 측의 설명과도 차이가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난이도 조정 문제라기보다 '이해찬 2세대'인 고3학생의 학력 저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에 따라 재수생 강세는 내년 입시에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능시험 출제경향이 논리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정착돼 가고 있지만 학생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번 수능에서도 학교에서 다루지 않았던 고전이 지문으로 나오거나, 스포츠·옷 광고·디지털 방송·출생률 저하현상 등 일상생활과 연관된 통합형 문제가 많았다. 이런 문제들에 학생들이 당황하는 것은 사설 입시학원의 '찍기'나 암기 교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했다는 언어영역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낀 것은 어휘력이나 사고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능시험은 대학 입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측정장치인 만큼 당국이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 교육도 종래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독서로 교양을 쌓고 토론식 수업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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