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베리상'수상 동화작가 린다 수 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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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월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동포 작가 린다 수 박(Linda Sue Park·한국 이름 박명진·42·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동양계 작가로는 처음 이 상을 받은 그는 지난 1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 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 문학인 대회' 참석과 국내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작가가 되기 전 석유회사 홍보 담당자, 광고회사 직원 등으로 일했다.

한국 말은 거의 못하지만 1999년 이후 연날리기·도자기 등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동화를 써왔다.

뉴베리상 수상 이후 워싱턴 포스트가 한 면을 할애해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등 그는 미국 내에서 주류 작가로 부상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지요?

"12세 때 잠깐 다녀간 뒤 30년 만에 다시 왔어요. 한국에 관해서는 책으로만 봤을 뿐인데 이렇게 오고 나니 가슴이 뛸 뿐입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더라'는 말처럼 뉴베리상 수상 이후 많이 달라졌겠습니다.

"지난 1월 20일 수상 통보를 받은 뒤 모든 게 바뀌었어요. 너무 너무 바쁩니다. 미국 전역의 학교를 다니며 학생들과 교사를 상대로 강연하느라 정신이 없지요. 지난해의 수상자가 전화해서 조언을 하며 '그 상의 권위가 크니 바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한국적인 소재로 동화를 쓰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저희 부모님은 집에서도 영어만 쓰셨습니다. 제가 미국인에게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아일랜드 더블린 사람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두고 난 뒤였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저의 뿌리에 관해 이야기해 줘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 때부터 한국에 관한 자료를 찾고 그에 관해 쓰기 시작했지요."

(그의 작품은 제목만 봐도 한국적 풍속과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널 뛰는 소녀(Seesaw Girl·1999)』, 『연싸움(The Kite Fighters·2000)』,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2001·뉴베리상 수상작)』 등)

-작품이 한국의 풍속은 취하고 있으나 한국적 이야기라는 느낌은 잘 안 든다는 평도 있습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의 목이(木耳)를 비롯해 주인공이 미국식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인물 아니냐는 것이지요.

"내 작품에 한국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한국어를 모르니까 한국 정신을 담기는 어렵죠. 물론 제 작품의 독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아닙니다. 작품을 읽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독자가 많아졌지만 한국에 대해서 뭔가를 가르치는 것이 제 목적은 아니지요. 독자는 작품 속에 구현된 보편적 정서에 반응합니다. 작품의 배경이 한국이라든지 등장인물이 한국인이라는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지요. 서로의 상이점을 초월해 삶의 핵을 파악하는 게 작가의 과제입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의 독서 교육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엄마들은 책을 읽히려 하고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과 TV를 더 좋아하고.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교육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2∼3년 전 저도 제 아이들과 『해리 포터』를 함께 읽었어요. 부모가 먼저 읽어봐야 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지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길게 생각해야 합니다. 독서 교육은 강요가 아니라 공유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림책 다섯 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뉴베리상 수상 당시 구상하던 소설을 마무리지어야 하고요. 이것은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재미동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써보려 합니다."

대구=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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