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물 日 울린 '商人種' 중국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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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국을 단 한마디로 엮어내자면? "지금 중국 땅은 온통 시장 천지이고, 중국인은 전부 장사꾼들이다". 중국에 10여년을 살고, 중국의 역사·문화·경제에 두루 밝아 '중국통'외교관으로 꼽히는 강효백(43·사진)씨의 답이다. 사실이다. 현대 중국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란 장사를 잘해 잘 먹고 잘사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천년 전 주판을 발명했고, 지폐·어음·수표의 쓰임도 서양보다 몇백 년은 앞섰다니 "중국인들은 상인종(商人種)"이라는 강씨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동물'이라는 일본 기업도 웃고 들어와 울고 나간다는 만만찮은 중국 시장과 중국 상인들. 그들은 장사에는 적도 친구도 없으며 오직 이익만 있다 하지 않은가.

상하이 총영사관과 주 중국대사관을 거쳐 현재는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영사국에서 일하고 있는 강씨는 『차이니즈 나이트』 『협객의 나라 중국』(이상 한길사)등을 썼던 중국 저술가. 법학박사 학위를 대만 정치대학에서 받고, 중국화동정법대에서 수년간 강의한 경력까지 따지면, 중국의 다이내미즘과 그들의 속내에 대한 리포트인 이번 저술에 관심이 안갈 수 없다. 앞선 책들에서 중국 문화와 역사를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반 독자들의 피부에 더 와닿을 경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책 표지 다음 장에 나오는 중국 전도를 펼쳐놓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국의 경제는 광둥(廣東)·상하이(上海)·창장(長江) 델타, 베이징(北京) 네곳이 사두마차가 돼 이끌고 있다.

이곳의 면적은 중국 전체의 5%에 못미치지만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지표는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네 지역의 상인·상권이 저마다 가진 특색을 저자는 이렇게 구수하게 설명해준다.

광둥에 가서 정치 얘기로 화제를 꺼내면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광둥사람은 중앙 정치에는 별 관심없고 무조건 돈만 좋아 한다. 오죽하면 광둥인 부모는 게으름 피우는 아이에게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면 커서 관료나 해먹게 된다"고 할까. 역시 대처(大處)인 베이징은 그 반대다. 모두 정치가며 시사평론가들이다. 베이징 상인 머리 속에서는 정치인들의 인사편람이 들어 있다. 따라서 베이징 상인들과 협상하려면 회사 대표나 그룹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책에는 중국의 지역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5백년 역사를 가진 식료품 업체 리우삐쥐(六必居)와, 돼지사료로 성공한 중국 제일 갑부 리우용하오(劉永好) 등 기업과 기업인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최고의 재료를 엄선하고 원수를 피하듯 친인척 기용을 피한 리우삐쥐, '가짜 공화국' 중국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는 한약상 동인당 등 사회주의 혁명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은 중국의 기업사도 소개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상도(商道)를 갖게 된 중국인들, 부침 많은 세월 속에 생겨난 기업의 생존 노하우 등을 실은 이 책은 단기적 효용의 중국 시장 공략서가 아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그럴싸하게 얼버무려 놓은 '중국 종합 해설서'라고 해야 한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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