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 국방에 '초강경파'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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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라파트? 테러의 책임자로 추방돼야 한다. 테러? 무력으로 근절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당분간 생각할 수 없다. "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1일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샤울 모파즈(사진)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팔레스타인의 독립 권리를 드러내 놓고 부인하지는 않는 샤론 총리와 달리 이같은 소신을 공공연히 밝혀 온 초강경파다. 지난 3월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을 한달 넘게 연금해 국제적 수모를 안겨준 이스라엘군의 '방벽작전'을 총지휘했다. 이 때문에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다 지난 7월 2년 임기가 만료돼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샤론 총리는 자신과 제휴해 온 노동당이 지난달 30일 연정을 이탈해 공석이 된 6개 장관직 중 핵심인 국방장관에 모파즈를 지명함으로써 우파 대연합으로 위기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샤론 총리는 원내 7석을 보유한 민족연합 등 군소 우파정당을 연정에 참여시켜 55석에 불과한 연정 의석수를 과반수(61석)로 늘린다는 구상 아래 이들 정당과 접촉 중이다.

이같은 우파 대연합 구상이 현실화하면 샤론 총리는 조기 총선 실시 압박을 피할 수 있으나 중동평화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족연합 등 우파 정당들은 미국이 제시해 온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안에 반대해 왔으며 연정 참여보다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샤론 총리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아라파트 수반은 모파즈가 국방장관에 지명된 직후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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