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리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조범환· 문왕 지음
푸른역사, 228쪽, 1만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설화를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삼국유사에 실렸고, 나아가 신라 48대 경문왕의 이야기라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들은 삼국유사의 이 에피소드가 개혁 군주와 보수 저항세력의 알력에서 빚어진 풍자라고 독특하게 해석한다.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화랑 출신의 김응렴은 헌안왕의 사위이면서도 왕위를 계승한다. 경문왕이다. 외롭고 불안한 그는 화랑과 육두품의 지지를 업고 개혁정치를 편다. 왕권을 강화하고 대당(對唐) 실리외교를 펴는 등 안정된 사회를 이룬다. 삼국유사에서 역대 신라 왕 중 유일하게 '대왕'칭호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기득권층인 진골 귀족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경문왕의 강압정치를 비꼰 것이 '당나귀 귀'설화라고 분석한다.

경문왕이 잘 때는 늘 뱀떼가 호위했다는 설화도 나름대로 풀었다. 그가 죽은 뒤 정권을 잡은 진골 귀족들이 왕의 지지 세력이었던 화랑과 육두품들을 뱀떼로 비하한 데서 이같은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가와 소설가가 함께 쓴 새로운 형태의 역사서이다. 개혁과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한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김성희 기자 jaejae@j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