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무조건 평화협상 제의 푸틴 "대화 없다"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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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베를린=유재식 특파원]체첸 자치공화국 측이 러시아에 무조건적인 평화협상을 제의했지만 러시아 연방정부는 "테러리스트와 대화는 없다"며 제의를 일축했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29일 체첸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국제 사회의 평화적 해결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체첸 내 협상파로 알려진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자치공화국 대통령은 2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체첸인총회에 파견한 특사를 통해 "아무 전제조건 없이 평화협상을 시작할 것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에 체첸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감시단 파견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공보부는 "이번 테러와 연관된 사람들과 어떤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적절한 수단으로 보복할 것"이라며 강경 방침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슈뢰더 독일 총리는 29일 의회연설을 통해 "체첸과 카프카스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이는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의 목표"라며 러시아에 협상을 촉구했다.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EU-러시아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할 방침이다.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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