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증거 일부만 공개 내 말 가볍게 보면 후회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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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가 말한 것을 가볍게 보면 혼난다. 그냥 말장난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정몽준 후보는 물론 鄭씨 집안까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익치(李益治·사진)전 현대증권 회장은 29일 이같이 말하면서 "鄭후보는 가장 타격이 적은 것에 대해 검증을 받는 것이 좋다"며 경우에 따라선 추가로 '폭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27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鄭후보의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연루설을 꺼냈던 그는 "鄭후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며칠 더 지켜보겠다"며 "계속 허튼 이야기를 하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는 李전회장이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약 40분간 이뤄졌다.

그는 "이번 사건은 鄭씨 집안과도 연결돼 있다"며 "지금 밝히지는 않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모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李전회장은 "명예회장이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거의 매일 3시간씩 대화를 나눴는데 鄭후보에게 '지역구를 종로로 옮겨 국회의원이나 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鄭명예회장이 鄭후보에 대해 '욕심이 많다' '대선출마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은 현대전자주식 조작사건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李전회장은 "鄭후보의 결정 없이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주식을 살 수 없다"며 "鄭후보의 행동이 꼭 법에 저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민을 속이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까지는 냉철하게 대했지만 鄭후보 측이 계속 장난을 치면 나도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지금까지 증거의 20% 정도를 제공했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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