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일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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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대부분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결제일을 옮겨보라"는 권유를 회원들에게 하고 있습니다. 월말인 결제일을 월 초순이나 중순으로 옮기면 추첨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와 인라인 스케이트 등 푸짐한 경품을 주는 카드사도 등장했습니다.

카드사들이 왜 갑자기 결제일 변경에 적극 나서고 있을까요. 월급을 매월 25일 전후에 주는 기업이나 관공서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용카드 회원의 결제일이 26일이나 27일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때문에 최근 갑작스레 카드사들이 '결제일 변경'에 신경을 쓰는 이유라고 말하긴 좀 모호합니다.

카드사들이 요란스러운 이벤트를 하는 숨은 이유는 최근 두 자릿수로 오른 연체율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연체율을 따질 때 월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은행계 A카드사의 경우 전체회원 중 65%의 결제일이 월말(23, 27일)에 몰려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회원이 깜빡하고 카드 대금 결제를 잊어버렸을 때 바로 연락해 대금을 결제하도록 권유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원 입장에서야 일주일 정도 늦게 결제하겠다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카드사로서는 월말을 넘기면 곧바로 연체로 기록되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회원의 결제일이 월초로 옮겨지면 20일 정도 늦게 결제해도 연체로 잡히지 않게 되고 카드사로선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답니다.

A사 관계자는 "솔직히 요즘처럼 카드연체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결제일을 분산하면 연체율을 줄이는 데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털어놓더군요. 결제일을 변경해도 별다른 불이익은 없을 것입니다. 각종 경품을 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카드사들이 이런 속셈으로 결제일 변경을 권유한다는 사실은 알아두고 본인에게 적합한 결제일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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