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4년 만에 의회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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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피델 카스트로(83·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전 의장이 4년 만에 처음 의회에서 연설했다. 1959년부터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그는 2006년 장수술을 받은 뒤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공식적으론 2008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겼다.

트레이드 마크인 국방색 유니폼을 입은 카스트로 전 의장은 7일(현지시간) 평의회 의원 610명과 동생 라울의 열렬한 환영 속에 의회에 입장했다.

그는 12분간의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명령할 경우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그동안 “미국의 대이란 정책 때문에 세계가 핵전쟁 위협에 놓였다 ”고 주장해 왔다. 카스트로는 이날 한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이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그러지 못하도록 설득하면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미국이 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세계 지도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턱수염을 길게 기른 그는 연설 중 손바닥으로 단상을 내리치는 등 특유의 제스처를 반복했다. 연설은 국영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이날 특별회의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요구에 따라 소집됐다. 게다가 그는 지난달 7일 이후 방송 출연 등 공개 행보를 이어와 정치 현장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AP 등은 “라울 취임 후 추진 중인 경제 개혁이 정체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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