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고맙다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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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장기간의 불황 끝에 최근 실낱 같은 경기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 경제에 중국이 최대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내수에 기댈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교역확대에 경기회복의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일본이 9월 무역수지 통계를 발표한 이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일본 재무성은 9월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중국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40%나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재무성은 분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3.8% 늘어난 데 그친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는 수치다.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국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에 수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분기까지 연속 4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면서 전후 최대의 불황을 겪었던 일본이 지난 2분기에는 수출 증가에 힘입어 1.9%의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 두번의 경기침체기에 아시아 국가들로의 수출 증대가 경기회복에 '효자'노릇을 했다고 AWSJ은 전했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가 최근 들어 거의 늘어나지 않는 추세여서, 이처럼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중요해지는 만큼 일본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버섯·의류·DVD 플레이어 등 중국산 물품이 맹렬한 속도로 일본으로 몰려들어 일본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중국과의 교역은 일본에 위험만큼이나 많은 이득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무성의 자료를 보면 일본은 지난달 중국에 대해 2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홍콩을 포함하지 않은 통계로 홍콩을 포함한다면 일본은 지난달 중국 전체에 대해 1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냈다. 2분기엔 모두 2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에는 중국이 수출강국으로 등장한 데 대해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 골드먼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가의 중국산 섬유·플라스틱·전자제품들이 일본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내 시장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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