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경건한 향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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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07면

최재영의 ‘작가 박경리’(2008), 원주

오랫동안 현장을 누벼온 사진가 여섯이 뷰파인더를 여성에 맞췄다. 최재영은 우리 현대사에서,박상문은 아프리카에서, 박종우는 아시아에서, 석재현은 필리핀에서, 조성수는 중동에서, 임종진은 북한에서 만난 여성의 모습을 살그머니 보여준다. 최재영은 작고한 박경리 작가의 한 순간을 잡아채며 “평생 글을 써온 노 작가의 담배연기가 부처님 전 향(香)보다 경건한 건 까닭을 물을 필요조차 없다”고 말한다.

2010 동강국제사진제-야외사진설치전 ‘그대 이름은 여자(Woman, Thy Name Is…)’

아프리카 빈민촌에서도 아이들을 기르고, 자기 키의 두 배만 한 등짐을 지고 가는 아시아의 여성을 박상문과 박종우는 경건하게 바라본다. 동거하던 남자가 떠나자 두 명의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성인용 바에서 댄서로 일하는 아비게일을 향한 석재현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총을 들고 절규하는 중동 여인의 검정 히잡을 붙잡은 조성수의 사진은 또 어떤가. 피부는 비록 까칠하지만 순박한 웃음을 짓는 북녘 여인네의 얼굴을 향한 임종진의 렌즈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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