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현장을 누벼온 사진가 여섯이 뷰파인더를 여성에 맞췄다. 최재영은 우리 현대사에서,박상문은 아프리카에서, 박종우는 아시아에서, 석재현은 필리핀에서, 조성수는 중동에서, 임종진은 북한에서 만난 여성의 모습을 살그머니 보여준다. 최재영은 작고한 박경리 작가의 한 순간을 잡아채며 “평생 글을 써온 노 작가의 담배연기가 부처님 전 향(香)보다 경건한 건 까닭을 물을 필요조차 없다”고 말한다.
2010 동강국제사진제-야외사진설치전 ‘그대 이름은 여자(Woman, Thy Name Is…)’
아프리카 빈민촌에서도 아이들을 기르고, 자기 키의 두 배만 한 등짐을 지고 가는 아시아의 여성을 박상문과 박종우는 경건하게 바라본다. 동거하던 남자가 떠나자 두 명의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성인용 바에서 댄서로 일하는 아비게일을 향한 석재현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총을 들고 절규하는 중동 여인의 검정 히잡을 붙잡은 조성수의 사진은 또 어떤가. 피부는 비록 까칠하지만 순박한 웃음을 짓는 북녘 여인네의 얼굴을 향한 임종진의 렌즈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