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2포스트시즌]기아 리오스-LG 만자니오 기선제압 '어깨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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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정열'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수놓는다.

기아와 LG가 26일 광주에서 벌어지는 1차전 선발로 다니엘 리오스(30)와 라벨로 만자니오(35)를 각각 내세웠다. 리오스는 미국 마이애미 출신, 만자니오는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출신이다. 뜨거운 정열의 상징 카리브해를 사이에 두고 자라난 두 '어깨'가 격돌한다.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7.8%다. 이들에게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시즌 14승의 리오스는 팀 동료 다승 1위 마크 키퍼(19승)를 제치고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그만큼 LG에 강하다. 선발로 등판한 적은 없지만 2승3세이브, 방어율 1.69를 기록해 방어율 2.91의 키퍼보다 앞선다. 마무리 투수에서 8월 2일 선발로 전환한 리오스는 빠른 템포의 투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허를 찌르는 정면승부로 범타를 유도한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리오스를 '1,4차전 선발에 5차전 불펜대기'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1차전 선발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LG를 잡는 데 가장 좋은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는 LG의 '그래도 제1선발' 만자니오는 기아를 상대로 정규시즌 2패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방어율 2.91로 LG 투수진 가운데서는 기아에 가장 강했다. 특히 기아 타선의 '원투펀치'로 불리는 이종범(0.125)과 김종국(0.100)에게 유난히 강했다. 왼손투수라는 장점을 활용하면 1루주자를 묶어두기도 좋다. 기아의 '뛰는 야구'를 오른손 투수보다 더 잘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만자니오는 맞아서 무너지기보다는 스스로 무너지는 스타일이다. 기아 타자들이 오른손에 비해 왼손에 약점을 보여 초반에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문제만 극복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만자니오는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5회 1사 1,2루의 위기에서 등판, 두 타자를 완벽히 잡아내 단기전에 대비한 컨디션 조절을 마쳤다.

단기전의 투수 운용은 '독주(獨走)'가 아닌 '계주(릴레이)'다. 불펜투수들의 활약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선발이다. 리오스와 만자니오 모두 팀 내에서 알아주는 다혈질이다. 누가 화려한 몸짓으로 분위기를 살려갈 것인가. 그 '기선제압'에 1차전의 향방이 걸려 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주말의 플레이오프

▶26일(오후 2시)

LG(만자니오)-기아(리오스)<광주·sbs스포츠>

▶27일(오후 2시)

LG-기아<광주·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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