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명분 다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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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조사단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출입기자들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기자들은 "나중에라도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지난 가을에 찰스 두얼퍼 조사단장이 (없다고) 이미 밝혔고 그게 결론인 걸로 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펠로시는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오랫동안 틀릴 수 있는 건지 국민 앞에 설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미국은 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어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최상의 정보기관들이 필요하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그러자 비난성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기자들은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걸 받아들인 거냐"고 다그쳤다. 결국 매클렐런 대변인은 "(무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잘못된 정보로 전쟁을 일으켜 미국의 신뢰에 흠집낸 것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 "대통령은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에도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했지만 다른 나라들이 못 믿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등 신랄한 질문들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질 의도가 있었다"는 식의 준비된 답변을 기계처럼 반복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선 여러 차례 "대통령은 외교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고, 당사국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워싱턴 프레스빌딩 강연회에서 "이라크는 분명히 부시의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NPR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올해 중에는 미군의 부담이 줄어들어 주둔 미군의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선거를 결코 연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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