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최후 유언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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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봉길(1908∼32) 의사가 최후에 남긴 유언으로 추정되는 한시(漢詩)가 발견됐다.

백범 김구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이 한시는 거사를 앞둔 尹의사의 비장한 심정과 백범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만의 국민당사(國民黨史)연구회 사무실에 보관돼 있는 여러 자료 가운데에서 지난 9월 이 한시를 찾아낸 이현희(성신여대 사학과)교수는 "尹의사가 남긴 글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尹의사가 단순한 의열투사가 아니라 농촌 계몽을 위해 공부했던 인물이었음을 재입증하는 자료"라고 밝혔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李교수는 "이미 공개된 尹의사의 '조선 농촌 독본' '법원 판결문' 등과 함께 묶여 있던 것을 찾아냈다"고 말하고 "이 한시는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의 폭살 의거 하루 전날 백범에게 보낸 최후의 유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李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묶어 24일 『석오 이동녕과 백범 김구』(동방도서 출간)라는 단행본을 펴냈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 co. kr

백범선생에게

산 높고 웅장한 청산이여

만물을 실어 기르노니.

검고 이끼낀 곳(상해 황포강)이여

사계절은 다시 오지 않도다.

큰 바람 하늘로 나르는가

높은 산이나 바다가 소용돌이치며 날도다

온세상이 다 혼탁해도

선생(백범)만이 홀로 (나라) 걱정하도다. 큰 뜻과 떳떳함이 감추어져 있어도

선생의 정의와 기개는 더높다.

고생을 참고 견디면서 노력해도

선생의 마음은 거짓없고 참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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