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제퍼슨 과학자로도 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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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198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더들리 허슈바흐(71)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지난 21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방문, 과학 대중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허슈바흐 교수는 과학문화진흥회 초청으로 대중 강연차 방한했다.

홍 회장은 "중앙일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주 과학섹션을 발행하며 과학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허슈바흐 교수는 "뛰어난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소개하면,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과 토머스 제퍼슨(1743∼1826)에 대한 숨겨진 얘기들을 전했다. 다음은 그 요약.

벤저민 프랭클린하면 뚱뚱한 할아버지가 연을 날리고 있는 그림들을 상상한다. 번개가 전기임을 밝혀내는 유명한 실험 장면이다. 하지만 운동을 즐겼던 그는 이 실험을 했던 40대 때는 다부진 근육질이었을 것이다.

번개가 전기임을 밝혀낸 그는 사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것이었다. 당시 번개는 신의 분노의 표시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번개가 한 교회의 화약고에 떨어져 3천명이 죽은 적도 있었다.

또 당시 유럽에서는 폭풍이 오면 물러가라고 교회의 종을 쳐댔는데 종루에서 쇠로 된 종을 치다 벼락맞아 죽은 종지기가 독일에서만도 1백50명이 넘었다.

모두 이를 신의 노여움으로 돌리고 감히 범접할 생각을 못 하던 때에, 프랭클린은 모피 같은 것을 서로 문지를 때 일어나는 전기와 번개가 똑같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는 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호기심이 생기면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초기 미 대륙에 건너온 영국인들이 약 8만명이었는데, 이들의 자손이 그가 살던 때 3백만명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에서 한 세대가 지나면 인구가 대략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맬서스도 이 연구에 영향을 받아 저 유명한 『인구론』을 발표했다. 어찌된 일인지 맬서스의 『인구론』 초판에서는 프랭클린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가 둘째 판에 가서야 자신의 연구가 프랭클린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며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이 과학에도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뉴튼의 '수학원론'을 독학해 미적분학을 익힐 정도였다.

프랭클린의 뒤를 이어 프랑스 대사로 부임한 제퍼슨은 프랑스 농부들이 형편 없는 쟁기를 쓰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 것보다도 디자인이 원시적이어서 힘은 더 많이 드는데도 밭은 잘 갈리지 않았다.

자신도 농부 출신인 제퍼슨은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신개념 쟁기 디자인에 착수했다. 독학한 미적분학 실력을 발휘해 적은 힘으로 밭을 갈 수 있는 쟁기날을 설계했고, 그가 고안한 쟁기날은 결국 미국에 역수입돼 그 뒤 1백년 동안 쟁기날의 표준 모델 노릇을 했다.

정리=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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