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의 무례, 정부 강력 항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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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당국이 김동식 목사 납북사건 및 탈북자 문제 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을 강압적으로 저지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마이크와 불을 강제로 끄고 취재기자들을 물리력을 동원해 회견장에서 밀어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원들과 취재기자들, 조사단원들 간의 물리적 마찰도 빚어졌다.

세계 주요 대국 중 하나로 올림픽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중국이, 공안당국을 동원해 우방국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정치인이 기자와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장소에 가서 취재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문명국가에서나 의문의 여지가 없이 보장된 권리다. 그 내용이 독자들에게 알릴 만한 것인지 아닌지는 언론이 판단하는 것이지 중국 공안당국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외교당국자 중에는 "중국 외교부에서 회견을 취소하라는 통보를 해왔는데 이를 무시하고 기자회견을 하다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내놓는 사람이 있지만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기자들의 취재나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은 누구의 허가를 받고 진행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밝히고자 한 내용과 주제가 북한당국을 자극할 만한 민감한 이슈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손으로 눈을 가린다고 해서 존재하는 현실이 다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당국의 언론자유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우방국에 대한 외교적 만행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세계의 주요 지도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을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가 더욱 확산돼 양국관계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좋은 친구를 사귀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는 점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외교당국은 중국 내정의 특수성만 강조하지 말고 강력히 항의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