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의혹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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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국회 예결위·운영위·통일외교통상위·법사위 등에선 북한의 핵개발 논의가 핫 이슈였다. 특히 북한에 지원된 돈이 핵개발에 사용됐을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청와대는 왜 몰랐나"=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운영위에 나온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을 코너로 몰았다. 이주영(李柱榮)의원은 "금강산 관광대가 4억달러, 비밀지원된 4억달러, 민간지원 2억달러 등을 합치면 원심분리기 가격 10억달러와 맞아떨어진다"며 "그게 아니면 1년 수출총액이 6억달러인 북한이 어떻게 10억달러를 충당하느냐"라고 따졌다.

李의원은 "1999년 북한의 핵개발 첩보가 있었고,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왜 정상회담에선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미국인인 켈리는 하는데 왜 우리는 안했느냐. 만약 몰라서였다면 국정을 팽개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규택(李揆澤)·이원형(李源炯)의원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사찰을 받아들일 때까지 대북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朴실장은 "6·15 정상회담 때도 핵은 제거돼야 한다고 문건으로 제출했고, 지난 4월 임동원(林東源)특사도 핵문제를 거론했다"며 맞섰다.

朴실장은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도입했는지는 미국도 확인하지 못했고, 북한이 원심분리기 1천개를 구입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99년 입수돼 미국에 준 핵개발 첩보를 청와대가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추궁에 대해선 "첩보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의원도 가세=민주당 함승희(咸承熙)의원은 법사위에서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한 것은 충격"이라며 "국무회의에서 6·15 공동선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할 용의가 없느냐"고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통외통위에선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의원이 "핵개발을 시인한 뒤 첫번째 접촉에서 나온 공동보도문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고, 핵개발에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며 남북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의원도 "막연하게 대화로 해결한다고 하기보다 평화적 해결이란 문구를 쓰는 전략적 사고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통외통위에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되는 금강산 관광 경비보조금 2백억원의 전액 삭감을 주장해 민주당 측과 마찰을 빚었다. 양당은 결국 1백99억원을 여유자금 운영항목으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은 정부 승인만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서승욱·김성탁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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