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하리라" 천사들의 합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팩벨파크와 맞닿아 있는 매코비 코브(灣)에는 보트들로 빽빽했다. 밤 바다의 찬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몰려든 낚시꾼들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런 볼을 건질 꿈에 부풀어 있었다. 구장의 오른쪽 펜스 끝을 줄여 바다로 홈런 볼이 떨어지게 만든 팩벨파크와 팀의 상징색인 오렌지 빛 수건을 흔드는 4만2천여명의 홈 팬들은 본즈의 '원맨쇼'를 위한 완벽한 무대였다. 그러나 애너하임의 천사들은 상대의 화려한 개인기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끈끈한 응집력의 팀워크로 승리를 '합창'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23일(한국시간)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16안타를 터뜨리는 막강 화력을 뽐내며 10-4로 역전승, 2승1패로 최종 목적지인 챔피언 자리를 향해 한발 앞서갔다.

에인절스는 처음부터 본즈와 정면승부할 의지가 없었다. 1회말 1사 1,3루에서 본즈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에인절스의 선발 라몬 오티스는 고의 볼넷으로 피해갔다. 크게 잃고 주도권을 빼앗기느니 작게 주고 반격을 노리겠다는 작전이었다. 천사의 선택에 하늘에서 내린 행운이 뒤따랐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오티스는 베니토 샌티아고의 2루 땅볼 때 한점을 내줬을 뿐 추가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후 에인절스의 기세가 살아났다. 0-1로 뒤진 3회초 에인절스는 데이비드 엑스타인의 볼넷과 대런 엘스테드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자이언츠의 3루수 데이비드 벨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1사1,2루에서 트로이 글로스의 적시타, 스콧 스피지오의 3루타가 이어지며 3점을 추가해 4-1로 역전시켰다. 3회 9명의 타자가 나섰던 에인절스는 4회에도 타자 일순하며 4점을 보태 8-1로 멀리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확정지었다.

본즈는 2-8로 뒤진 5회말 중월 투런홈런을 때려 넉점 차로 점수를 좁혔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 세경기 연속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홈런기록(7개)을 세운 본즈의 '독창' 만으로는 흐름을 되돌릴 수 없었다.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 무패기록을 달렸던 선발 리반 에르난데스가 4회에 일찌감치 강판됐고, 믿었던 불펜진도 6·8회 추가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4차전은 24일 오전 9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커크 뤼터(자이언츠)-존 래키(에인절스)의 선발 대결로 펼쳐진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