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구성 변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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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을 놓고 이런 식 저런 식으로 쪼개는 평면개발은 1970년대 아파트가 대량으로 보급된 이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까지만 해도 획일적인 '공간 나누기'에 그쳤던 평면 구성이 최근 건축기술과 건자재·가구산업의 발전으로 기능성·편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70년대(방 중심의 가족문화 반영)=아파트가 대량으로 보급되던 시기. 서울 반포 주공, 잠실 주공 등 저층 아파트들은 방을 많이 배치하는 평면이다. 단독주택에 살았던 사람들이므로 종전 주택보다 동선(動線)이 크게 줄어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포 주공2단지 25평형의 경우 계단식에다 발코니·다용도실 등의 서비스 면적이 좁은 게 특징이다.

◇80년대(한층 넓어진 서비스 면적)=아파트가 고층화하면서 30평형대는 거의 복도식으로 설계됐다. 전면(前面)에 안방과 거실을 배치하고 발코니를 길게 만들어 서비스 공간을 크게 확충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복도식이어서 뒤 발코니가 전혀 없는 게 단점이다. 안방은 큰 반면 자녀방 2개는 작게 설계돼 단독주택식 주거문화를 엿보게 한다.

◇90년대(계단식으로 프라이버시 보호)=기본 설계는 80년대의 2베이(전면에 방+거실 배치)형을 채택하고 있으나 계단식 설계로 주방 옆에 뒤 발코니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또 30평형대에 화장실을 두 개 넣는 신평면이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전체적으로 안방과 거실 크기를 줄이고 자녀방을 키웠다. 주방 싱크대도 일자형에서 'ㄱ'자형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거실문화 정착 반영)=계단식이지만 현관 출입구가 훨씬 넓어지고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3베이(전면에 방+거실+방 배치)설계가 보급됐다는 것.

이는 일조권·채광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2베이 아파트가 폭이 넓은 반면 3베이는 폭이 좁은 대신 전면이 넓다. 앞뒤 발코니가 커져 가용면적이 넓어졌고 수납공간이 많아졌다. 발코니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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