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바닥 안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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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우증권은 22일 미국 경제의 불안이 해소되질 않아 미국 증시가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하상주 전문위원은 "미국 금융기관이 부실 대출 문제로 만성적인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있고, 미국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내수의 견조함이 지속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하위원은 "월드컴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는 등 기업 부도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대형 은행들의 손실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대출 자산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다른 금융기관에 떠넘겼기 때문"이라며 "이는 위험성이 표면화되지 않은 채 계속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1999∼2001년에 JP모건·시티·뱅크오프아메리카 등 미국의 3개 대형 은행이 통신회사에 빌려준 5천6백억달러 가운데 세 은행이 장부상 갖고 있는 대출 잔액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보험회사 등 다른 금융기관에 넘겨버렸다는 것이다.

하위원은 "보험회사는 부채의 상환기간이 길기 때문에 손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만큼 미국 금융기관은 병으로 비유하자면 급성이 아닌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라며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위원은 내수 경기와 관련,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주택 경기 호황과 금리 하락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는 미래의 소득을 앞당겨 소비하는 것이어서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주택대출 신청이 1990년의 80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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