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MS·노키아 등 주가 연일 급반등 IT 바닥탈출 기대감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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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한 주 동안 세계 정보기술(IT)주가 큰 폭으로 오르자 IT 경기가 바닥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랠리(단기 급등)는 IT 산업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 주 10% 가량 오른 데 비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8.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8일 나스닥지수가 1.2% 가량 오른 데 비해 에릭슨·마이크로소프트·주니퍼네트워크 등 나스닥의 대표적인 IT주는 4∼13% 가량 상승했다. 지난 주 내내 미 증시가 급등한 데 따라 쉬어가는 장세에서도 기술주는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또 국내의 대표적인 IT주인 삼성전자는 지난주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1일 장중 한때 5천원 가량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다가 지난 주말보다 2천5백원(0.76%) 떨어진 32만4천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2.7% 가량 떨어졌다.

국내외 IT 전문가들은 IT 경기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IT 주가는 최근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대만 주요 업체들의 머더보드 출하량은 다소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큰 편으로 늘어난 수준은 아니다. 머더보드는 인쇄 회로기판 위에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D램 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컴퓨터 하드웨어의 알맹이로 볼 수 있다.

<그래프 참조>

세계 머더보드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업체들이 쏟아내는 머더보드 양에 따라 세계 컴퓨터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램을 중심으로 다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SD램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 가격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편이다. 지난 6월 가격이 한창 좋을 때는 15인치 TFT-LCD 가격은 개당 2백60달러였지만 최근에는 2백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IT 주가가 급등했던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몇몇 업체의 분기 실적 덕분이었다. 즉 IT 경기는 나쁜데도 일부 업체의 실적은 좋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마이크로스포트의 매출은 26% 가량 늘었고 노키아의 순이익은 세배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이었던 2분기 실적에 못지 않은 3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주요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순이익을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구희진 IT팀장은 "IT 경기가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9월 말과 이달 초의 하락 국면에서 IT 주가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며 "이는 기관들의 손절매(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해본 상태에서 주식을 처분) 물량이 IT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具팀장은 "이 같은 일시적인 과매도(지나치게 많이 내다파는 것) 국면 이후 유입된 반발 매수세 덕분에 IT 주가가 급등했다"며 "다만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IT 경기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IT 주가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IT 경기 바닥 탈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은 21일 낸 보고서에서 "내년도 PC 시장은 올해보다 8% 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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