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長인가 투기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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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에 구속된 박성규 전 안산시장의 혐의를 보면 "공직자가 이렇게까지 부패·타락할 수 있을까" 하는 한탄이 나온다. 특히 공직 재임 중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땅 투기에 나선 대목은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난 6월까지 2기 민선시장으로 재임한 朴전시장의 치부 행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그린벨트 우선 해제 지역을 중앙정부에 건의해 놓고는 이 대외비 정보를 이용해 두 차례에 걸쳐 대상 지역(25만여평)의 절반에 가까운 12만여평을 매입했다. 1차로 매입한 땅을 네배 차익을 남기며 되팔기로 하고 그 계약금으로 2차 땅 매입에 나선 것이나 공직자 신분을 감추기 위해 조카 등의 명의를 빌린 것은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었다. 이 작전이 성공했을 경우 최소 3백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하니 한탕을 노린 투기꾼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朴전시장은 또 세입자용 임대아파트 부지를 일반 분양 아파트로 용도변경해 준 대가로 건설업자에게서 5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인·허가권을 돈과 바꾼 것도 문제지만 뇌물을 받고 업자 배를 불려준 대신 세입자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아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를 배신한 셈이니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朴전시장은 선거 자금을 마련키 위해 이같은 비리를 저질렀다고 한다. 선거에서 막대한 돈을 뿌리고, 또 당선하면 그 돈을 뽑기 위해 비리·부정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다섯명 가운데 한명꼴로 사법처리된 2기 단체장 가운데 뇌물 관련 비리가 21명에 달하니 '감옥 담장 위를 걷는 민선 단체장'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 지방선거 공영제 강화와 함께 단체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개혁 차원으로 국회에서 논의해 온 주민소환제 도입에 정치권이 뜻을 모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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