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社서 수뢰 혐의 국세청 간부 넷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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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1월 연예기획사인 에이스타스 대표 백남수(38·재판 중)씨에게서 모두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학근 감사관 등 국세청 간부 4명이 20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柳감사관과 위성일 동대문세무서장·김종선 목포세무서장·송동석 서기관 등 관련자 4명을 보직 해임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맡았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소속 국·과장급들이어서 국세청 주변에선 "비리 척결을 외치며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실무진들이 조사 대상 기업의 관계자들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출신인 柳감사관은 현 정부 들어 서울청 조사2·4국장, 광주지방국세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宋서기관은 3주 전 청와대 파견에서 해제돼 국세청에 복귀했으나 이번 사건에 연루돼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한편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魯相均)는 연예기획사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백남수씨에게서 이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듣고 柳감사관 등을 소환 조사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柳감사관은 2000년 11월 에이스타스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끝나고 2∼3개월 뒤 화장품 세트에 든 현금 1천만원을 白씨에게서 받은 혐의다. 또 나머지 3명은 각각 수백만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연예기획사에 부과된 세금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데 관여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7월 연예계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白씨에게서 받은 돈 전액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자체 조사 결과 올해 초 柳감사관이 와병 중에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찾아와 '우리를 조사하다가 병이 난 것 아니냐'며 입원비조로 돈을 건넸던 것"이라며 "4명 모두 세무조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柳감사관도 "바로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성을 확인하기 위해 돈을 주고받은 시기·명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홍병기·조강수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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