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미국 대사, "컴퓨터 개성 반입 문제 풀기 위해 법률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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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53.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11일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 미국은 6자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힐 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며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북한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시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북한의 체제 전환(Regime Transformation)정책에 대해 "이는 과거의 정권 교체처럼 인물(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하자는 것이 아니라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북한의 핵 폐기가 체제 전환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측 기업의 컴퓨터 반입 문제에 대해선 "미국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면밀한 법률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며 컴퓨터 반입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물자통제를 위한 바세나르 협약에 따라 전략물자로 분류된 컴퓨터를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

힐 대사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하거나 간섭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다만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워싱턴에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힐 대사, 미 동아태 차관보 내정
워싱턴 소식통들 "라이스가 점찍어"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내정됐다고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소식통들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힐 대사를 점찍은 것으로 안다"며 "라이스가 상원 인준을 받는 18일 이후 힐의 내정 사실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태 차관보에 주한 대사가 임명되기는 처음이다.

한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워싱턴 소식통은 "주한 대사가 동북아 전체를 담당하는 자리에 임명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한반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힐은 부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라이스 내정자와도 호흡이 잘 맞는 만큼 전임 제임스 켈리 차관보와 달리 상당한 실권을 갖고 대북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힐 대사는 지난해 8월 부임한 뒤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정력적으로 일해왔고 한국 내에서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며 "만약 그렇게(차관보에 임명) 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아주 긍정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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