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話機 달린 휴대폰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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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가 비화기(秘話機)가 달린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李후보는 18일 과학기술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그동안 도·감청에 대한 우려 때문에 휴대전화를 서너개씩 들고 다녔지만 엊그제 비화기가 장착된 휴대전화를 입수해 이제 걱정없이 통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다.

비화기는 통신내용을 암호로 변환해 전송하는 장치다. 제3자의 도·감청을 막기 위한 것이다. 李후보실 관계자는 "비화기는 원래 쌍방 전화기에 모두 설치해야 하지만, 李후보가 구입한 새 휴대전화에는 한쪽에만 설치해도 도·감청을 막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신기술 칩이 내장돼 있다"고 말했다.

李후보는 이 휴대전화를 두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입수 경위를 밝히긴 곤란하지만 국내 기술로 제작된 것"이라며 "머잖아 시중에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李후보에겐 도·감청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지난 3월 '호화 빌라' 파문이 일었을 때 "도·감청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내가 사는 경남빌라 302호의 위·아래층에 딸과 아들이 살게 되면 도·감청당할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1999년엔 집 전화를 도·감청이 어렵다고 알려진 종합정보통신망(ISDN)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李후보가 비화기 전화를 사용함에 따라 기존 휴대전화에 대한 도·감청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휴대전화 도·감청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전화번호를 알면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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