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주는 세상살이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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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초등학교 6학년인 류·모리·하라는 어느날 죽음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날부터 동네에서 제일 병약해 보이는 할아버지를 감시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할아버지의 죽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이야기는 엉뚱한 데로 흐른다.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 같던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감시를 눈치 채고는 삶의 의욕을 다진다. 밥도 제대로 지어 먹고 집안 청소도 한다. 그리고는 슬며시 아이들을 가사일로 끌어 들인다. 처음에는 뾰로통하던 아이들은 잡초를 뽑고 코스모스 씨앗을 뿌리며 페인트 칠을 하는 일들이 즐거워진다. 할아버지는 전쟁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이해할 즈음, 할아버지는 자는 듯 세상을 떠난다. 아이들에게 세상살이의 지혜를 남겨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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