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핵사찰이 수교협상 핵심이슈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으로 북·일 대화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은 예정대로 오는 29일 재개하기로 했지만 '핵문제'가 양국의 안보문제에서 다국간 문제로 부각돼 미국의 입김이 한층 세지게 됐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6일까지만 해도 수교회담의 최대 과제로 일본인 납치문제를 들었다. 그러나 17일에는 "핵·대량살상무기와 납치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히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혀 북한이 핵사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국교 수립도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17일 "북한이 1994년의 경수로 협정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본은 수교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확실하며,북한의 반응에 따라 회담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일 방일하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의 회담, 26일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을 조율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 이전에 일본에 북한의 핵개발을 통보한 사실이 17일 밝혀진 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핵개발이 진행 중인 것을 알면서도 대북 경제협력을 명시한 '평양선언'에 서명을 했느냐"는 비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일본 정부가 아닌 방미 중인 일본 의원단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 유키노리(鈴木典幸) 라디오프레스 이사는 "북한의 핵개발 정보를 일찌감치 알려줬는데도 일본이 납치문제에만 매달리자 미국이 '안전보장 우선' 입장을 명백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선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외교를 모색하던 일본을 견제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일본이 미국의 전략에서 벗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대북외교는 미국의 의도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