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北지원 보답이 이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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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일 긴급 소집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햇볕정책 무용론(無用論)을 제기했다. 남북대화를 당분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으름장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도 햇볕정책을 두둔하지 않았다. 대신 낮은 목소리로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 보유를 시인한 의도가 뭔지, 실제 실행에 옮겼는지를 물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의원은 "우라늄 핵폭탄은 무거워 미사일에 장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우리에게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에 속아서 지원을 해왔으니 장관은 사임하고 남북관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부영(李富榮)의원도 장관급 회담 중단을 요구했다.

김용갑(金容甲)의원은 "무조건 햇볕정책만 옹호하더니…"라고 혀를 찬 뒤 "금강산 관광 대가로 준 돈과 (대북 비밀지원 의혹이 있는) 4억달러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의원도 한나라당과 비슷한 입장에 섰다. 그는 서해교전을 거론하며 "평화의 조건을 누가 위협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했으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협정은 이제 무효"라고 말했다.

햇볕정책을 옹호해온 재야출신 이창복(李昌馥)의원조차 "북한이 햇볕정책을 업신여긴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추미애(秋美愛)의원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기 위해 시인한 것이냐, 북한을 이라크처럼 대하면 핵 프로그램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압박용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세현(丁世鉉)통일부장관은 "핵 프로그램의 가동 여부는 미국도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 같다. 정보채널이나 장비를 가진 미국이 판단해 우리에게 통보하면 알게 되는 상황인데, 현재로선…"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의원들은 丁장관이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 하는데 반발해 비공개 회의를 요청했고, 이 자리에서 丁장관은 "미국이 아직 자세한 얘기는 안해주고 있다. 처음 핵개발 얘기가 나왔을 때는 북한이 압박작전을 펴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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