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신청 전년비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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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 김모(34)씨는 1999년 경기도 수원에서 지하실을 임대해 개척교회를 세웠으나 지난해 부흥회 등을 개최하느라 2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신도들의 헌금이 줄자 김씨는 교회운영을 위해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한달 생활비를 80만원으로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남은 것은 5000여만원의 빚뿐이었다. 결국 지난해 말 교회를 청산하고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옮겼다. 김씨는 최근 "빚을 갚기가 너무 벅차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했다.

불황의 여파로 개인파산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은 1만2373건으로 2003년(3856건)의 3.2배로 늘어났다. 2000년 329건이던 개인파산 신청은 2001년 672건, 2002년 133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식당.개인택시 등 소규모 자영업자가 주로 파산을 신청했으나 최근에는 목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까지 가세하고 있다.

2001년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경기도 부천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개원한 전문의 박모(48)씨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병원 경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수원지법에 개인파산 신청서를 냈다.

이밖에 서울 미아리 집창촌에서 10년 동안 윤락업을 해온 업주 A씨(54.여)도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 10여명이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선불금을 갚지 않고 떠나 5억여원의 빚을 안게 됐다며 법원을 찾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전원열 판사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파산 신청자가 늘고 있다"며 "재산을 숨기지 않았거나 낭비벽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파산.면책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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