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와 변절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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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허(虛)를 찔린 쪽은 민주당과 자민련만이 아니다. 민주당 전용학, 자민련 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나라당→자민련→한나라당으로 양지만 찾아다니는 李의원의 행각은 '어제의 적(敵)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변절의 정치를 실감나게 반복하고 있다.

田의원 또한 철새와 변절의 정치 행각에서 다를 바가 없다. 당 대변인 시절 그는 '속 좁은 꼼수정치'라며 '이회창 불가론'을 펴왔다. 이인제 의원 쪽에 있다가 최근 이한동 의원의 대선 출정식에서도 활약했고, 지난해 10월 자민련 김용환·강창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때는 '추악한 배신과 야합'이라고 험악하게 성토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과거 언행을 뒤엎고 '李후보 집권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 변신을 놓고 경멸과 개탄이 민심 속에서 절로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일그러진 처신 못지 않게 한나라당의 자세도 오락가락이다. 한나라당은 DJ정권이 힘이 있을 때 '의원 빼가기는 야당 파괴이고 인위적 정계 개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이제 거꾸로 이합집산을 주도하고 있다. 충남 출신 두 의원의 입당은 충청권의 세 불리기를 통해 답보 상태인 李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두 사람이 제 발로 들어왔다'고 주장하나 정치의 기본인 명분과 일관성을 헝클어뜨렸다.

민주당은 분통만 터뜨릴 것이 아니라 자성의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 田의원의 이탈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반노(反盧)와 친노 간의 지루한 갈등 탓도 있음을 새겨야 한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정치의 큰 해악은 변절"이라고 지적하지만 핵심 참모들의 두드러진 철새 경력 때문에 자신의 말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대선 정국 동안 어설픈 명분을 내세운 여러 모양의 철새와 줄 세우기가 계속 나올 것이다. 국민은 '명분과 신뢰의 정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도 변절의 정치를 응징하려 벼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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