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 뇌졸중은 신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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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5면

한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 질환이 암과 뇌졸중이다. 각각 사망원인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질환으로 숨진다.

암과 뇌졸중 가운데 무엇이 더 치명적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암을 고른다. 암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는 암보다 뇌졸중이 더 삶의 질을 파괴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암의 경우 고 이주일 씨의 사례에서 보듯 말기암이라도 1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뇌졸중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생을 정리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암은 숨지기 직전까지 대부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반신불수를 부르기 십상인 뇌졸중은 움직임을 박탈한다.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프랑스 엘르 잡지의 편집인인 장 도미니트 보비가 대표적 사례다. 한창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는 눈꺼풀 아래 신경이 마비돼 통나무처럼 살아야 했다.

그가 눈꺼풀을 수백만 번 움직여 쓴 책 '잠수복과 나비'에서 그는 "고이다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뇌졸중 환자의 고통을 묘사한 바 있다.

뇌졸중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뇌졸중은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보다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虛血性)뇌졸중이 많다.

다행인 것은 허혈성 뇌졸중은 경고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넥타이를 매거나 자동차 키를 돌리는 등 평소 익숙한 손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거나 '머릿 속으로 말을 하려는데 혀가 돌아가지 않아 어눌한 발음을 한다'는 등 증상이 수십초에서 수분동안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손이나 혀를 움직이는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혈전(뭉친 피)에 의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풀어져서 생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증상들을 경시하면 큰 뇌혈관이 막혀 반신불수나 식물인간 등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흡연과 비만·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도록 하자. 약물요법 등을 받게 되면 뇌졸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참고로 뇌졸중은 신경과에서 담당한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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