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쇼핑센터서도 폭발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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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에서 치안상태가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핀란드의 대형 쇼핑센터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대학생(19)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폭파범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8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핀란드 언론들은 경찰의 말을 인용, "범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폭탄제조법을 다운로드 받아 직접 폭발물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명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테러 조직과는 관련이 없는 단독범행으로 추정했다.

지난 11일 오후 7시36분(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36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진 반타의 미르마니 쇼핑센터(3층 건물) 내 원통형 계단에서 폭발물이 터져 다섯살 난 여자어린이 한명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천여명의 쇼핑객은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는 등 대소동이 벌어졌다.

핀란드 경찰 당국은 "폭파범은 정상적인 중산층 자녀로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고 전했으나 헬싱키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범인의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또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범인은 평소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어왔으나 전과기록은 없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2∼3㎏ 무게의 사제폭탄을 직접 쇼핑센터로 가져가 터뜨린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핀란드의 YLE 라디오 방송은 "범인의 집에서 폭탄 제조법이 적힌 문서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범죄와 부패가 없는 청정국가임을 자부하는 핀란드 국민은 "이번 폭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핀란드에서 일어난 가장 끔찍한 사건"이라며 "더 이상 핀란드도 '안전한 천국'이 아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파보 리포넨 핀란드 총리는 "테러 조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1백38개의 매장과 레스토랑이 위치한 미르마니 쇼핑센터는 1994년에 문을 연 핀란드에서 둘째로 큰 쇼핑센터다. 이번 폭발로 지붕이 일부 내려앉고 폭탄이 장착됐던 원통형 계단은 완전히 소실됐으며 주위 3백∼4백㎡ 범위 내의 상가들이 상당수 피해를 보았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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