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폭탄테러]"화염 치솟으며 곳곳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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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꽝'하는 폭음과 함께 내가 있던 옆 건물도 한순간 정전이 됐어요.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거리는 불바다였고 사리클럽과 바로 건너편 패디스펍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더군요."

발리 폭발 사고 순간을 가까이서 목격한 한국인 송재철(28)씨는 국제 전화통화에서 "화염과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부상자들의 처절한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끊이지 않았다"면서 악몽 같은 기억을 되살렸다.

현지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송씨는 테러범의 자동차가 돌진해 들어간 사리클럽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건물에 있는 클럽 하드록 카페에서 주말 밤을 보내고 있었다.

폭음이 연이어 터지고 발리의 번화가 레기얀 거리가 한순간 암흑천지로 변하자 송씨는 반사적으로 거리로 뛰어나왔다."이미 수많은 외국인이 레기얀 거리에 즐비한 유흥업소에서 뛰어나오는 바람에 차를 몰고 나가기도 힘이 들었다"고 송씨는 말했다.

송씨는 사리클럽 앞을 지나면서 길거리에 쓰러진 희생자들,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희생자들이 흘린 피로 도로가 흥건히 젖은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 나무와 짚단을 이용해 만든 사리클럽 건물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었지만 건물 앞에 자동차 세대는 족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웅덩이가 파여 있어 폭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송씨의 설명이다.

그는 "일부 현지인들이 유흥업소에서 흥청거리는 외국인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온순한 사람들이라 테러는 외부인의 소행으로 보인다"면서 "테러주의자들이 왜 하필이면 평화로운 발리섬을 테러 장소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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