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태준 前총리에 신의주 특구장관 제의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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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태준(朴泰俊·75·얼굴)전 총리가 북한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직 제의를 받았다는 설이 11일 돌았다. 중국당국에 의해 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양빈(楊斌·39·어우야 그룹 총재) 초대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의 사임 후 후임자로서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이 같은 설이 전혀 사실무근이고 가능성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朴전총리의 핵심 측근은 "그런 소문이 한때 돌아 나흘 전에 고향(기장)에 내려가 있는 朴전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그런 일 없다'고 명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또 다른 측근은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따라서 하네 마네 하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다만 이날 낮 12시∼오후 2시 사이 일부 언론에서 확인전화가 와서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설사 제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총리를 한 사람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 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내 소식통도 "만일에 그런 일이 있다면 정보기관 측에서 이런 저런 검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그와 관련한 어떤 작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도 신의주 특구 자체가 불확실해진 마당에 후임 장관 논의 자체가 있었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신의주 특구 개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특구개발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며 "楊장관 문제가 불거진 직후 후임 장관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보기관에서는 이 같은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뉴욕의 정보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은 楊장관 문제 처리를 위한 협의에서 楊장관을 조기에 사임시키고 제3국 인물을 후임으로 임명키로 의견을 모았다"며 "양측은 포철을 세우고 성공시킨 朴전총리를 서로 양해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포스코 명예회장인 朴전총리는 미국과 일본·중국 쪽에 광범한 인맥이 있고, 특히 총리 퇴임 후에도 경제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그래서 이들 중 어느 쪽에선가 朴전총리를 중국 측에 추천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4∼5년 전 중국이 철강산업을 국가기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朴전총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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