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돈 국제통화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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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나라 돈이 2004년께부터 국제적으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원화가 국제 결제통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10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외환은행은 외국 은행들끼리 외화를 사고 팔 때 매매대금의 결제를 담당하는 지급결제은행(CLS)에 가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주도로 설립된 CLS에는 전세계 17개국 67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CLS에는 미국 달러·유로·영국 파운드 등 7개 통화만 거래되고 있으며 내년에 싱가포르 달러 등 4개 통화가 추가될 예정이다.

국민·외환은행은 조만간 정식으로 CLS에 가입을 신청할 계획이며 가입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4년 중반께부터 이들 은행이 CLS를 통해 외환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다른 금융기관들은 두 은행을 통해 외환거래를 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입을 신청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승인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LS 가입을 위해 두 은행은 각각 5백만달러의 출자금을 내고 전산시스템 구축에 3백만달러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또 국내 은행들의 CLS 가입이 성사되면 원화도 결제 통화로 채택될 전망이다. 이 경우 CLS 회원 은행 간에 원화를 사고 파는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원화에 대한 수요가 적어 거래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CLS는 외환거래를 위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단 CLS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원화가 국제통화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선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져 외국에서 원화를 사고 팔려는 수요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CLS를 통한 거래는 매매대금이 즉시 결제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는 외국 은행과 거래할 때 현지에서 영업시간이 아니면 대금 결제가 최장 15시간까지 늦어질 수 있다. 그 시간에 혹시라도 거래 은행이 부도가 나거나 하면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CLS를 통한 외환거래는 즉시 결제되므로 이같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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