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0일 "4억달러 대북지원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의혹을 풀기 위한 계좌추적 요구에 대해서는 "법에 어긋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의혹을 빨리 해소하려면 즉각 조사를 해야 하지 않나.
"금감위가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제한한 곳이 정치권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법을 어기라는 건가."
-당시 대출 처리과정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
"담당자들의 실수라고 한다. 주채권은행이 바뀌면서 대출내역이 빠진 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고됐다. 은행연합회 자료는 나도 이상해 물어봤는데 산은의 전산자료를 받아 은행연합회에 전달하는 용역을 맡은 회사가 빠뜨렸다고 한다."
-유독 현대상선 건만 거푸 실수가 일어날 수 있나.
"그래서 의혹이 커지는 것 같아 나도 답답하다."
-그러니까 적어도 산은에 대한 검사는 해야 하지 않나.
"감사원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건전성 감독만 한다. 감사원이 곧 감사에 착수한다고 하니 밝혀지지 않겠는가."
-산업은행 감사도 '산은이 잘못했다'고 시인했다는데.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무척 불쾌해 한다고 들었다."
-전문가들은 계좌추적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오산이다.검찰도 추적하려면 몇달씩 걸리지 않나. 일단 수표가 나가서 계좌에 입금되면 그 다음부터는 현금이다. 또 상선은 해외거래가 많은데 밖에서 일어난 일을 무슨 재주로 알아보겠는가."
-당좌대월은 긴급대출인데 연장해준 것도 문제 아닌가.
"전결권자가 처리해 그 문제는 잘 모르겠다. 당시 산은 총재로서 처음엔 보고받았으나 나중엔 보고받지 않았다."
-엄낙용 전 산은 총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나.
"당시 들은 루머와 사실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이야기는 나도 직접 들었는데 대출금을 정부가 갚으라는 게 아니었다. 남북 경협기금에서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한광옥 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발언은 착각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
"어떤 상사가 북한에 줄 돈이니 내주라고 말하겠는가. 결코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듣지 않은 말을 어떻게 남에게 하겠나."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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