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銀 바뀌면서 상선 대출내역 빠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0일 "4억달러 대북지원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의혹을 풀기 위한 계좌추적 요구에 대해서는 "법에 어긋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의혹을 빨리 해소하려면 즉각 조사를 해야 하지 않나.

"금감위가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제한한 곳이 정치권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법을 어기라는 건가."

-당시 대출 처리과정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

"담당자들의 실수라고 한다. 주채권은행이 바뀌면서 대출내역이 빠진 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고됐다. 은행연합회 자료는 나도 이상해 물어봤는데 산은의 전산자료를 받아 은행연합회에 전달하는 용역을 맡은 회사가 빠뜨렸다고 한다."

-유독 현대상선 건만 거푸 실수가 일어날 수 있나.

"그래서 의혹이 커지는 것 같아 나도 답답하다."

-그러니까 적어도 산은에 대한 검사는 해야 하지 않나.

"감사원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건전성 감독만 한다. 감사원이 곧 감사에 착수한다고 하니 밝혀지지 않겠는가."

-산업은행 감사도 '산은이 잘못했다'고 시인했다는데.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무척 불쾌해 한다고 들었다."

-전문가들은 계좌추적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오산이다.검찰도 추적하려면 몇달씩 걸리지 않나. 일단 수표가 나가서 계좌에 입금되면 그 다음부터는 현금이다. 또 상선은 해외거래가 많은데 밖에서 일어난 일을 무슨 재주로 알아보겠는가."

-당좌대월은 긴급대출인데 연장해준 것도 문제 아닌가.

"전결권자가 처리해 그 문제는 잘 모르겠다. 당시 산은 총재로서 처음엔 보고받았으나 나중엔 보고받지 않았다."

-엄낙용 전 산은 총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나.

"당시 들은 루머와 사실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이야기는 나도 직접 들었는데 대출금을 정부가 갚으라는 게 아니었다. 남북 경협기금에서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한광옥 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발언은 착각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

"어떤 상사가 북한에 줄 돈이니 내주라고 말하겠는가. 결코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듣지 않은 말을 어떻게 남에게 하겠나."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