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언어 : 한자·한글 읽을때 뇌 활성 부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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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한글을 읽을 때와,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한자를 읽을 때 두뇌 활동의 차이가 있을까. 뚜렷하다.

법전을 많이 읽어 한자를 자주 대하는 법대생 여섯명을 대상으로 고려대 인지신경과학 연구실과 서울 삼성병원 영상의학과가 공동으로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한자를 읽을 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의 뒷부분이 훨씬 많이 활성화됐다.

반면 한글의 경우에는 말소리 정보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SMG라는 부분(왼쪽 위 그래픽 4번 영역)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읽으면서 소리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나라 화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한글과 한자를 읽을 때 똑같은 차이를 보였다. 실험 대상은 중국어·한국어를 모두 능숙하게 하는 20대 화교 8명이었다.

영어를 읽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한글을 읽을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다. 문자가 한자처럼 복잡한 모양을 통해 의미를 나타내는 표의문자인지, 아니면 한글이나 영어 같은 표음문자인지에 따라 읽을 때 두뇌가 다르게 활동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인과 중국인은 살면서 많이 쓰는 두뇌의 부위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간 지각 능력 같은 다른 두뇌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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