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봐달라' 외부 청탁 기록 당사자에게 불이익 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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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단 한건의 불공정한 인사라도 전체 직원의 사기를 꺾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인사행정과장에 발탁된 이봉화(李鳳和·49·사진)과장은 "이런 이유로 학연·지연 등의 연줄에 덜 얽매이는 여성에게 인사업무를 맡긴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4만7천여명의 공무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서울시 인사행정과장은 행정자치부·국방부 인사과장과 함께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李과장은 지난달 시 공무원 2천11명에 대한 인사를 하면서 첫 작품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은 물론 25개 구청의 하위직들이 대거 자리를 바꾼 이번 인사는 1995년 이후 최대 규모였지만 별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李과장은 "나름대로 세운 인사원칙을 철저히 지켰다"면서 "30년 동안 다양한 직무를 통해 하위직 공무원의 고충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능력 위주의 인사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李과장은 요즘 외부의 인사청탁을 인사카드에 기록으로 남겨 해당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실무작업에 한창이다. 이명박(李明博)서울시장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인사청탁 기록은 주요 시정방침의 하나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李과장은 "인사청탁과 추천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공청회를 열거나 조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제도가 한번만 시행되면 서울시에서 인사청탁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충주여고를 졸업한 李과장은 73년 7급 공채시험을 통해 서울 중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시 공무원교육원·용산구청·노원부녀복지관·제2정무장관실·전산정보관리소 등을 거쳤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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