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속 끓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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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부동산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놓고 돌연 사업부지를 제삼자에게 매각, 거액의 시세차익만 챙기는 가짜 개발업자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개발 경험이 없지만 부동산개발붐을 타고 땅을 매입,특정업체와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다 땅값이 오른 틈을 타 제 3자에게 땅만 팔고 사라진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원산지에서 물건을 떼와 흥정을 붙인 뒤 되파는 중간 도매상과 같다"고 말한다.

인기 개그맨 출신 J모씨는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재래시장 1천9백여평을 매입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고 개발사업에 뛰어드는가 했다.

이 때문에 D·L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그에게 사업제안서를 내고 수시로 브리핑하는 등 반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한 업체와는 계약 얘기도 오갔다. 하지만 J씨는 지난 8월초 이 땅을 다른 업체에 팔아버렸다.

J씨가 땅을 산 금액은 1백10억원.이를 1백35억원에 팔았으니 6개월 만에 앉은 자리에서 25억원(세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사업제안서를 낸 D건설 관계자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됐다"며 황당해 했다.

대구지역 한 공장부지도 비슷한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D개발은 지난 2월 입찰에 부쳐진 이 부지 2만1천9백여평을 7백70억원에 낙찰해 아파트 2천여가구를 짓기로 했다.

몇몇 업체와 접촉을 한 이 회사는 D산업과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지난 8월 예고도 없이 K건설에 1백억여원의 웃돈을 받고 땅을 팔아버렸다.

개발사업을 하겠다며 땅을 산 뒤 중간에 웃돈을 받고 땅을 파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땅값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져 결국 분양가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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