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대출 지시 얘기한 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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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4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했으나 '대질 신문'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嚴전총재가 현대상선 대출건과 관련,"李위원장이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는데.

"상의해 오기에 전임자로서 같이 걱정하고 위로해 준 것뿐이다. 그 말에 '저사람도 어쩔 수 없어서 저러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嚴전총재는 고위층이 한광옥 비서실장이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대북 지원 문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어떤 상급자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줄 돈이니 현대에 지원하라고 하겠나."

-그럼 嚴전총재가 완전히 작문했다는 것인가.

"내가 그렇게 몰아갈 수는 없지만, 뭔가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러면 국감장에서 대질 신문이라도 하자.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내가 주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을 바꿀 것도 아니고, 괜히 선후배 간에 이상한 토론을 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4천억원 대출건에 대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의 자필 서명이 없는 것만으로도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필 서명은 할 때도, 안 할 때도 있다. 서명이 없다고 권리 관계가 바뀌지 않는다. 그것만으론 할 수 없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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